병상잡기
중국의 보물로 불리우는 동방학의 대가 지셴린의 책이다.이 책은 그의 나이 91세에 인생의 봄 을 회고해보는 책이다.인생의 봄이라 함은 그의 학창시절을 의미한다.넓은 의미로 그의 젊은 시절이라 해도 무방하겠다.그는 학교 안팎에서 마주치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학창시절이 어떠했는지를 궁금해 한다는 사실을 알고기억이 또렷했을때 이것을 기록해두려 한다.그는 모두 5곳의 소학교와 중학교에 다녔다.시기적으로는 1918년 부터 1930년까지인데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에 치열한 내전이 벌어진 때여서민생이 극도로 불안한 시기였다.산둥대 부속고등학교거쳐 칭화대에 입학했고독일 교환학생으로 가그곳에서 10년을 공부했으니 공부한 기간만해도 상당히 긴 시간이다.이 책은 주로 그의 학업에 관한 것이지만 당시의 사회적 상황도 언급되고 있다.그는 자신의 가문을 다 뒤져도 자신만큼 오래 산 사람을 찾을 수 없지만자신이 늙었다는 사실을 조금도 느낄 수 없고 머리만큼은 결코 녹슬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늙은 천리마처럼 몸은 이미 노쇠하여 울타리에 엎드려있지만 그 뜻은 만리를 내달리고 있다. 91세의 고령임에도마음가짐이 이러하다는 것은 가히 놀랄만 하다.그는 자신의 뇌리에 남은 학창시절의 기록을 온전히 남기고자 병상잡기 를 쓰기 시작했다.학교의 풍경, 친구들, 선생님, 교실의 모습과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도어떻게 이처럼 세세히 기억할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어린시절의 그는 매우 불우했다.찢어지는 가난으로6세때 부모와 헤어져 숙부댁에 얹혀 살아야 했는데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평생 그의 가슴에 깊은 아픔으로 새겨지게 된다.책을 통해 본 그는 한마디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그가 이룬 학문의 위대함은 각고의 노력과 땀과 눈물을 요구했을 것이다.보통 사람은 겪지 못할 고초도수없이 겪어야 했다.그러나 그는 시종일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자신을 이끌어준 스승, 경쟁했던 친구들,우연히 자신에게 온 작은 행운까지도 감사하고 또 감사해한다.이 모든 것들이없었더라면 자신은 한낱 가난한 촌부로 평생 끼니를 걱정하는그런 비루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라며....공부할 기회에 감사해하는 마음이라는게 요즘의 세태에 있을까 싶다....모든 것이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세상속에서도 우리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 난더후투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지셴린이라는 이 대학자가 떠오르는 것은바로 그런겸손함 때문이리라..어린시절 그는 내성적이고 공부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아이였다.숙부댁에 얹혀 살며 숙모의 냉대와 눈치밥을 먹던 시절이니어떤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을 것이다.그시절의 그는 금서와 무협지 같은 소설에 미쳐 밤새워 읽어대곤 했는데 후에 이것이 그의 인생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그가 각성하고 공부에 몰입하게 된것은 산둥대 부속고등학교 시절,학장의 친필 대련과 선면을 표창으로 받으면서부터 였다.당시의 학장은 이름높은 서예가였는데 공부 잘하는 내노라한 친구들 중 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이 단 한명 있었던 것이다.이 상은 그의 마음에 영예감을 부추겼고이때부터 그는 1등자리를 단 한번도 놓치지 않는다.사실 그는 노력하지 않아도 늘 1등을 하는 학생이었지만 이 상으로 인해자신이 가야할 길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고 이때부터 지셴린이라는 인물이 더욱 성장하는출발점이 된다.소심하고 꿈이 없었다고 하지만 큰 인물이 될 자질이 곳곳에서 느껴진다.당시로써는얻기 힘든 모교의 교사자리를 얻었지만 그는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독일로의 유학은 그의 이런 꿈을 가능하게 해준 커다란 행운이었다.독일에서 만난 좋은 스승들도 그의 학문적 성장을 이루는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우여곡절 끝에 귀국했지만 평탄한 앞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문화대혁명의 혼란한 시기에많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병상잡기 는 그의 학창시절에 대한 회고이기도 하지만 그가 당국의 배려로 중국최고의 병원인 301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의 일상이기도 하다. 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사람이라 하루라도 글을쓰고 책을 읽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어 밤잠을 이룰 수 없다.평생을 이런 자세로 살아온 그는 91세의 고령에 병으로 누워서도 쉼없이 생각하고 글을 썼다.이것이 책의 후반부에 잘 드러나고 있다.소소한 일상의 일부터 세상을 바라보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큰 사상과 철학까지지셴린이라는 인물이 남겨준 귀한 가르침의 일부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 시대 큰 지식인, 지셴린이 남기고 간 사색의 기록
중국의 국민적 스승 지셴린의 병상에서 써 내려간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2001년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200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병상에서 쓴 수십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노년의 시기에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며 담담히 써 내려간 대스승의 글을 통해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셴린은 자신의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의 생활과 학문,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고난을 이겨낸 감동적인 인생 역정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지셴린이 일생 동안 고민해 온 인간과 자연의 조화, 사회적인 공덕, 애국주의와 희생정신, 인생관, 생명관,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깨달음에 관한 글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대자연 전체가 화목하고 행복하게 공존하기를 꿈꿨던 지셴린. 100여 년에 걸친 삶과 그의 지혜와 신념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대선배가 들려주는 소중한 가르침을 만나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말
1장
01 인생의 봄을 회고하다
02 ‘회’라는 글자를 처음 배운 날
03 찬란했던 소학교 시절
04 삼류 학교의 즐거움
05 베이위안의 풍경
06 베이징대학을 꿈꾸다
07 어린시절을 회고하며
08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다
09 늙은 개 한 마리
10 닝차오슈 아저씨를 그리며
11 소중한 첫 직장
12 괴팅겐의 은인, 하룬 교수
13 영원한 친구 장톈린
2장
01 스스로를 돌아보다
02 ‘국학대사’의 호칭을 사양하다
03 ‘국보’의 호칭을 사양하다
04 투병 끝에 얻은 것
05 세 번째 입원
06 하늘나라와 인간 세상
07 백의천사에 대한 새로운 찬사
08 나와 소동파의 사
09 찬란한 빛을 발하다
10 풋사랑
11 석류화
12 어리석기도 어렵구나
13 조금은 어리석게, 조금은 소탈하게
14 불로장생
15 친일파에 대한 생각
16 노년을 다시 논하다
17 개의 해 첫 날의 감회
18 ‘다시 젊어지는’ 문제에 대해 담담하게 논하다
19 우려해야 할 현상
20 평범한 것들의 아름다움
21 분석이 학문 연구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22 저우이랑을 애도하며
23 남극에서 온 식물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