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이 1930년대 미국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편집해 만든 것인데, 대 사상가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들을 접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흥미로운 내용도 많은데, 이를테면 그 당시 미국에 온 영국인 여행자들이 오만하게 굴고, 아무 근거 없이 사람을 깔보고, 미국 문영의 아주 중요한 장점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자기네 대륙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유럽인들이 미국인에 대해 아주 그릇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또한 의료 부문 기술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했지만 인간의 능력을 연장하는 법을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면서 벌써 1930년대에 늘어난 기대수명이 축복이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어떤 글에서는 만약 자신이 투자할 돈이 있다면 피아노 장사에 투자할 것이라 언급한다. 사람들이 다른 무엇을 절약하더라도 피아노에 들어가는 돈만큼은 아끼지 않으리라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 당시 일부 영국 해군이 폭동을 일으켰는데 그 원인을 알아보니 군대의 봉급 삭감안이 제출되자 병사들의 아내가 할부로 구입한 피아노 할부금을 내지 못할까봐 그랬다는 일화를 전해주고 있다.이 책에서는 러셀 특유의 가치관들이 바로 드러나 보인다. 우리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하는 금전욕을 줄이고자 한다면 모두가 필요한 만큼 가지되 누구도 과하게 가지지는 않는 체제를 만드는 것으로 첫걸음을 삼아야 한다든지, 100년전이나 150년전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지금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확실히 좀 더 교양이 풍부했다던지, 지혜란 천천히 생각하는 가운데 한 방울 한 방울씩 농축되는 것인데 현재는 누구도 그럴 시간이 없어 영리한 사람은 많아졌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줄고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또한 나라가 민주적이 될수록 그 통치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줄어든다면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군가를 정치가라고 부르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조롱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 이제 우리는 돈이 아주 진실한 사랑의 원인이거나 그 원인의 일부 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 특별히 예쁘거나 뛰어나지 않더라도 사랑 받는 방법은 만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 것, 돈에 관한 합리성을 갖추는 최선의 방법은 어렸을 때부터 불필요한 것들에 대한 소비를 통제해가는 것이란 언급도 인상적이었다.이 책에서는 또한 교육관련 문제들을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모든 문명국의 학교는 지식 획득을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완전히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기초해 있는데, 인격 수양이 훨씬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이룬 어른들이 협조적인 아이였던 경우는 드물다면서 대체로 그들은 고독을 즐겼다고 언급한다. 책을 끼고 슬며시 구석으로 들어가곤 했고 야만적인 또래들의 주목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예술가나 작가, 과학자로 두각을 나타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는 학교 친구들의 조소와 경멸의 대상이었다면서 모든 교사들은 훈련과정에서 아이가 가진 비범한 지성의 징표를 알아보는 법과 너무 남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어난 짜증을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최고의 명성은 만능 교육이나 잡다한 관심의 포용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면서 모든 젊은이들에게 똑같은 환경이 주어지고 그들이 받아들일 똑같은 기준들이 제시되는 세상에서는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결국 탁월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수적이며 획일적인 교육은 평범한 성인의 삶을 양산하기 마련이라고 조언하고 있다.그리고 학교 교사라는 전문 계층은 특수한 삶을 살아가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알아야 할 많은 것들에 대해선 무지하다면서 그런 교사들에게 그들 자신이 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젊은이들을 세상에 적응시키는 임무를 맡긴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대개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직면하게 될 문제에 대해 알지 못하는 여성들이 소년들을 교육하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 밖에 민주주의의 즐거움은 한마디로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데 있는 것이지 자기보다 낮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양보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모든 계층과 남녀 모두를 끌어안게 되면서부터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경제 민주주의와 교육 민주주의가 수반되지 않는 정치 민주주의는 엉터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언급한다. 지금은 대체로 부모가 부유한 사람들이 부모가 가난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결과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이 권력의 요직을 독차지하고 선전 기술을 독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문제로 남아 있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흔하고 사소한 일상의 문제들을 소재로 한,
버트런드 러셀의 대중 칼럼집.
물러설 줄 몰랐던 반전운동가이자 자유로운 영혼을 키우고자 했던 교육자, 버트런드 러셀의 칼럼을 모은 책. 그는 1931년에 미국 허스트 그룹 소유 신문들의 고정 필자가 되어 4년 동안 칼럼을 썼는데, 대부분은 책으로 출판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런던통신 1931-1935 은 당시의 글을 모아 엮은 책으로, 편지처럼 친근한 135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러셀은 이 책에서 인플레이션, 자본의 착취, 정치가들의 위선 등 무거운 주제부터 여성의 화장과 가구 수집벽, 관광객들의 무례함, 노인들의 고집과 같은 사소한 주제들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러셀은 정확하고 논리적인 문장의 대가였지만, 책에 수록된 칼럼들은 결코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는 길지 않은 글을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며 그 속에 사회를 향한 비판과 자신의 논리를 녹여내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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